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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수원 팔색길 모수길에서의 에피소드 (내 인생 최대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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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팔색길 모수길에서의 에피소드 (내 인생 최대의 위기)

 

나는 길이 좋다. 끝없이 펼쳐진 길을 바라보면 걷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 새로운 길은 더욱 좋다. 저 길을 가는 동안 만날 것들을 기대한다. 길가에 핀 온갖 꽃들과 나무들, 넓게 펼쳐진 들판에 누렇게 익은 벼들, 송알송알 맺힌 포도들, 예쁘게 포장지에 감싸져 있는 배, 사과등, 과일들이 좋다. 얘기 나눈 적은 거의 없지만 각양각색의 옷을 차려입고 정겹게 산책하는 또는 일상을 쫓아 바쁘게 걷는  사람들이 좋다.  높게 솟은 빌딩도 좋고 배고플때 언제든지 들어가서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음식점들, 편의점들을 만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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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늘 마음에 두고 있었던 일을 실행하기로 했다. 사실  지난 주에도 한번 도전했다 길을 헤매는 바람에 실패했던 길이기도하다.  수원의 팔색길 중  하나이며  수원 둘레길을 제외하면 가장 긴 길이다. 열심히 걸으면 5시간정도 걸리는 이 길은 바로 모수 길이다. 이 길을 다시 도전하리라  지난 주 도전에 실패한 날부터 마음먹었다. 구글에서 지도도 찾아 어디서 실패했는지 체크해 보고 휴대폰에 저장해 두었다.

점심을 먹고 이것 저것 꾸물거리다 보니 오후 2시가 훌쩍 넘었다. 지난 번 한강 길을 걸을 때 비록 가을의 선선한 공기가 있어도 햇볕은 무척이나 따갑고 얼굴이 새카맣게 타서 모자하나 사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했었다. 오전에 점심먹을 식거리를 사러 홈플러스에 갔는데 그 안의 탑텐 매장에 가서 사방에 둥그런 창이 있는 모자도 샀다.  캐나다에 있는 아내에게 집에 선크림이 있는지 물어보니 있다고 해서 평소에 절대 안 바르던 선크림도 얼굴에 발랐다. 화장을 한 듯 찐한 살색이 된 얼굴을 보며 평생 얼굴에 화장 같은 것을 해 본적이 없는 나였기에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났다. 어색함에 웃는 웃음.

 

마음이 앞선던 것일까? 출발하고 보니 고프로 배터리 하나를 집에 두고 온 것이었다. 그리고 모수길이 22킬로 미터 정도라 못해도 5시간은 걸릴다는 것을 알기에  생각해보니 저녁시간이 늦을까 염려가 되었다.  또 몇주전부터  스위치온 다이어트를 하고 있어서 프로틴 셰이크는 챙기긴 했지만 아무래도 저녁을 최소한 6시에는 먹어야 했다. 이대로 산책을 하면  분명 제시간에 저녁을 못 먹을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와 여분의 배터리도 챙기고 도시락도 쌌다. 저녁에 먹으려고 만들어둔 버섯, 양배추, 양파를 썰어 볶은 것과 보쌈을 락앤락 통에 담았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로 내려가는데 머리가 왠지 휑했다. 햇볕을 막아주려고 산 모자를 벗어 두고 온 것이다. 에고 내 정신이 왜 이래하면서 다시 모자를 가지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런 내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오십 대 중반 건망증이 심해진 내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다.

 

이제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고프로를 손에 들고 핸드폰은 삼성헬스 앱의 걷기 운동 시작버튼을 누른 채 가방에 넣어 두었다. 나의 이동 전 거리를 GPS로 기록할 셈이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모수길을 정복하리라 다짐하며 드디어 길을 떠났다. 모수길의 출발점은 매교역 5번 출구에서 20~30 미터 정도 걸으면 나오는 수원천의 세천교에서부터이다.. 방향은 수원천  물 흐르는 방향으로 걸었다. 모수길에 합류하기 위해 돌다리를 건너 건너편 도로로 갔다.

이내 다리 보에 붙은 모수길 표시판이 눈에 들어왔다. 한참을 쭉 따라 내려가면 도로로 올라가라는 표시판이 나온다. 표시판을 따라가면 새터마을이 나오고 계속 따라가다 보면 곧게 뻗은  차들은 다니지 않고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는 사람들만 보이는 도로가 나온다. 좌우측에 나무가 없어 모자를 안 쓰면 따가운 햇살에 힘들 것이다.  좌측에는 군사시설로 비행장이 있고 우측은 누렇게 벼가 익은 넓은 벌판이 있다. 그런데 논을 잘 가꾼 것 같지가 않았다. 벼가 많은 풀들과 함께 힘겹게 자라 있었다. 탁 트인 시야는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날씨도 좀 받쳐준다.. 구름이 해를 살짝 가려서 햇살이 따갑지도 않고 모자까지 쓰니 완전 무장이 된듯하여  두려울 게 없었다.

 

비행장 옆 이 길 끝에서 첫 번째 모수길을 도전했을 때  실패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행장이 있는 길을 한참을 아무리 가도 모수길 표시판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시 이 길을 들어서기 전 나뉜 길에서 우측으로 가야 했었나 하고 돌아갔지만  그 길은 더 이상 갈 수 없는 막다른 길이었다. 그래서 의욕을 상실하고 포기했었다. 사실 첫 번째 도전 때 수원천을 하류를 따라 내려가다 길로 들어가라는 표지판을 잘못 읽어 계속 내려가다 군사시설로 통제구역으로 막혀있어  다시 돌아오기도 했기에 더 이상 도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집에 돌아와 지도를 살펴보니 비행장 쪽으로 가는 길이 맞았었다.

 

비행장옆 길을 지나니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는 수원선협궤철길을 만날 수 있었다.  이 다리를 지나니 우측에 모수길 표시판이 보였다. 지난번에는 이 표시판을 못 본 것이었다. 그럼 그렇지 표시판이 없을 리가 하며 이번엔 실패에서 성공확률이 높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반가운 표시판이다.

사실 난 길을 걷는 것은 좋아하지만 길 눈은 참 어두운 것 같다. 이 표시판 하나 때문에 실패를 했다니 생각했다. 

 

모수길 표시판을 따라가니  좁은 길을  나왔다.  우측에는 시내가 흐르고 있었고 수원천에서 보던 오리와 학, 백로, 왜가리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모수길의 뜻은 백제때의 모수국이라 불린 수원의 역사에서 기원하는데 물의 근원이라는 뜻이라 한다. 그렇지 바로 내가 이 모수길을 걷고 있는 거지 생각하니 가는 길마다 시냇물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생각했다. 나는 산도 좋지만 이렇게 물이 있는 곳이 좋다. 왠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수원천에는 천을 따라 팔뚝보다도 훨씬 큰 물고기들을 많이 본볼 수 있어다. 좀 과장하면 물 반 물고기반 같았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어항 같기도 했다. 쇠백로, 왜가리, 오리들, 비둘기등 평소에 새들을 좋아했던 내가 정말 입에 탄성을 그칠 시간 없을 정도로 원 없이 많이 볼 수 있었다.

 

서호천 풍경도 뒤지지 않았다. 길을 따라 걷는 내내 쇠백로, 왜가리들을 볼 수 있었다. 서호천을 따라 좌우에 가로수가  그늘을 만들어주니 가을의 따가운 햇살을 막아주고 시원한 바람까지 더해져 온몸에 짜릿했다.

 

조금 아쉬운 것은 물색이 흐리고 또 길과 시내가 조금 떨어져 물속에 고기들을 잘 볼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길을 계속 걸어 올라가다 보면 잠사 과학 박물관이 보였다. 시냇물을 가로질러  우측으로 난 작은 다리를 건너면 갈 수 있다. 누에를 키워 비단을 짜는 기술과 관련된 박물관으로  보인다. 1917년인가부터 있었다니 그 당시에는 이기술이 첨단 기술로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원과 같이 꾸며져 있어 아름다운 꽃들도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가을이라 꽃은 기대를 못할 것 같기도 하고 또  장거리 도보 여행이라 아쉬움을 뒤로하고 계속  서호천을 따라 전진했다. 어느덧 구 서울대 농장과 농촌진흥청 작물시험장을 지났다.

 

드디어 서호 호수에 도착했다. 철새들의 서식지라는 이곳에 아내와 함께 작년쯤 산책한 적이 있다. 공원으로 들어서자마자 오리 소리가 온 공원에 가득하다. 호수반 물반이라는 표현을 써도 과장이 아닐 만큼 많은 오리 떼들이 호수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몇 마리 오리만 보고도 감탄했었는데 내 입에서 그냥 우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서호천을 따라  올라가면 좌측으로 이기산 공원이 나오고 좀 더 걸어 올라가면 우측으로 서호생태 수자원센터와 화서역을 지난다.  이후로 서호천을 따라 아름다운 산책길이 끝없이 펼쳐진다. 정신없이 걸어 올라가면  모수길 표시판이 이 산책길에서 나와 길 쪽으로 올라가라고 안내한다.

안내 판을 따라 얼마 걷지 않으면 경기도 인재개발원 정문이 나온다. 처음에는 이곳에 들어가도 되나 생각했지만 표지판은 인재개발원 안쪽을 향했다. 정문을 지나자마자 바로 우측으로 걸으면 광교산으로 접어든다. 인재 개발원에는 시끌벅적했다.. 유치원 운동회를 하는 것 같다. 응원단장 시상을 하니 깃발을 들고 앞으로 나오라는 사회자의 말이 들렸다.  그 옛날 우리 큰 아이 유치원에 가서 운동회 하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그 아이가 이제 이십 대 중반의 성년이 되어버렸다. 아내와 아이들은 캐나다에 있다.. 교육 때문에 간 것인데 영주권을 받고 지금은 대학을 다니고 있다.

산속에 들어가 챙겨 온 도시락을 먹으려니 모기떼가 달려들어 도저히 앉아 있을 수 없어 포기하고 계속 길을 갔다.  언덕을 오르고 내리 고를 반복하더니 고속도로 옆에 좁게 난 길로 이어졌다. 조금 지나가니 고속도로를 지나는 다리가 나온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눈에 가끔 마주쳤던 산과 산을 이어주는 길이다. 저 길로 누가 다니나 했더니 나와 같은 사람들이 지나는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는 길에 산에서 내려오는 부부를 마주쳤다.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그랬는데 만나니 참 반가웠다. 5 30분이 되었다. 스위치온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룰도 지켜야 하고 또 고속도로 옆은 모기가 달려들지 않아  그곳에서 저녁을 먹는 것이 좋겠다 생각했다. 저녁을 먹으며 시간이 빨리 흐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해가 빠르게 지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이 급해진다. 허겁지겁 도시락을 먹으니 목구멍에 잘 넘어가지 않는다. 물을 마시니 물도 급한 마음이라 물도 잘 넘어가지 않는다. 그럭저럭 저녁을 해결하고 다시 산을 오른다.

해는 저물어 가는데 모수길 표시판은 계속 산 위를 향한다. 지도상으로 흘낏 봤을 때는 광교산을 살짝 터치하고 다시 길로 내려오는 것처럼 느꼈는데 야속한  표시판은 계속 산 위를 가리켰다.. 목이 타들어가고 숨도 찼다. 그런데 발걸음을 늦출 수가 없다. 날이 급속히 빨리 저물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빨리 이 산길을 벗어나야 했다.. 가쁜 숨을 참으며 힘을 내어 올라가니 산등성이를 올라탔다.. 조금 안심이 되었다. 조금 가다가 보면 내려가라는 표시판이 나오겠지 생각이 들어서이다.

 

 조금 길을 가다 보니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어두운 산 위에 나 혼자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멧돼지라도 만나면 어떻게 하지? 멧돼지는 흔한 동물이라 만날 가능성도 높았다. 확률적으로는 거의 없겠지만 곰이나 늑대를 만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하니 두려운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들어왔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제법 큰 잘 다듬어진 듯한 막대기 하나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것을 집어 들었다. 만일에 있을 위험에 대비하고 등산지팡이로도 썼다. 그런데 조금 길을 걸어가니  꽤나 무거운 막대기여서 다소 짐이 되었다. 그러나 두려움에 막대기를 버릴 수 없었다. 멧돼지를 만나면 군에서 배운 총검술로 제압해야지 생각했다. 그러면 제아무리 멧돼지라도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몇 번 덤비다 도망가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금방 하산 길 표시가 나올 줄 알았는데 끝없이 계속 산등성이를 타고 오르막 길로 가라는 표시판만 나왔다.  이제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졌다.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핸드폰의 후레시를 켰다. 한참을 가니까 모수길 표시판이 우측 산아래를 가리킨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그래 되었어"라고 안도감을 내쉬기가 무섭게 덩치가 제법 큰 누런 개 한 마리가 나를 흘낏 보며 산 위로 올라갔다. 머리카락이 쭈뼛했다.. 다행히 개는 산 위로 계속 올라가는 것 같았다. 문득 혹시 개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밤에 산등성이까지 개가 왜 올라오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려가다 나의 발자국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보기도 했다.

 

금방 내려갈 것 같았는데 길은 끝이 없었다. 내리막이 있다가 다시 오르막을 가리키는 모수길 표시판이 나왔다.  한참을 내려가다가 갑자기 노을을 볼 수 있는 탁 트인 곳, 도시의 불 빛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나왔다. 조금 더 내려가니 사람이 산을 오르고 있었다. 혹시 오해할까 싶어 들고 있던 막대기를 내려놓았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지금 이 시간에 산을 오르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두려운 마음이 다소 줄어들었다.  또 산 위에서 노을이 지는 도시의 야경과 산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다.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계속 길을 갔다. 오르고 내리는 길을 계속 반복했지만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젠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어둠 속에 빠졌다. 두려움과 함께 절망감이 엄습해 왔다. 이제 표지판도 볼 수  없었다. 온통 빨리 산을  가는 길로 가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지금까지 거의 17킬로미터 이상을 걸어왔기에 몸도 다소 지쳤다.  

 

잠시 앉아 쉰다음 다사 계속 길을 걸었다. 뛰다가 걷다가 하면서 가는데도 끝이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내리막으로 계속 내려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이 좁아졌다. 캄캄하여 앞을 볼 수 없는 상태라 두려움의 게이지는 점점 솟아오르고 있었다. 다 내려왔는가 싶었는데 언덕 아래 고속도로가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길은 거의 흔적이 사라져 있었다. 고속도로길 방향으로 길을 걸었다. 시멘트로 된 배수로가 있었다. 이리로 내려갈까 생각하여  조금 걸어 내려가니 가시덤불이 나와 앞을 가로막아  더 이상 내려갈 수 없었다.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니었던 것이다. 배수로에서 산 쪽으로 올라와 길을 찾았지만 길이 보이지 않았다. 숲은 칠흑같이 캄캄했고 두려움의 게이지는 하늘까지 솟았다. 119를 불러야 하나 생각도 들었다. 휴대폰으로 길 찾기 내비게이션을 잡았으나 GPS가 잡히지 않았다. 자리에 털썩 앉았다. 지쳤고 절망감에 휩싸였다.  물을 마셨다.  휴대폰에 보조배터리를 잭으로 연결했다. 휴대폰이 방전되어 플래시가 꺼지면 그야말로 끝장 었기 때문이다. 보조 배터리를 가져온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 그래서 왔던 길로 돌아가서 다시 길을 찾아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산 위로 올라간다는 것이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지금 그 길 뿐이다.  산위로 올라가다 힘이 들어 자리에 앉아 다시 생각했다. 이대로 계속 산 위에 올라가는 것보다 차라리 어떻게든 내려가 고속도로 길이더라도 내려가는 것이 맞지 않겠나 싶었기 때문이다.  무조건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서 길 같이 생긴 길로 다시 내려갔다. 가다 보니 좀 전에 갔던 길과 나누어지는 다른 길이 있었다. 그 길로 갔다. 조금 가니 모수길이라는 천으로 된 표식이 보였다. 안심이 되었다. 적어도 이 주변에 내려가는 길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계속 내려가도 산을 벗어나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모수길 표식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길이 매우 좁아 최대한 사람이 지난 흔적이 있는 길을 따라 계속 내려가다 보니 밭이 보이고 드디어 차들이 다니는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길이  빽뺵한 풀들이 앞을 막고 있었지만 뚫고 지났다. 희망이 보이니 가시덤불도 헤칠 수 있었다.  드디어 도로로 내려왔다. ~살았다. 감사한 마음이 밀려들어 왔다.

고속도로 아래 터널 있었다. 다행히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인도도 보였다. 고속도로 아래 터널 주변에 캠핑카들이 많이 보였다. 이곳까지 캠핑을 하는구나 하는 여유로운 생각도 하게 되었다.  길은 널찍해서 캠핑카를 세워두기 충분했기 때문었으리라..

 

조금 내려가니 모수길 표지판이 갑자기 나타났다.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잃은 것이 아니었다. 캄캄한 밤중에 험한 산길도 헤쳐 나왔는데 이제 완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사기충천하여 표지판을 따라 걸었다. 표지판은 길건너편을 향한다. 길을 건넜다. 아 그런데 표지판이  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가라는 표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비록 건너편 길이었지만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길을 걸아가다 결국 아니다 싶어 가던 길을 돌아섰다. 이미 밤은 늦었고 이제 그 고통의 시간을 벗어났는데 다시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길을 갈 수는 없었다.

 

돌아서  계속 걸어가다 장안구청 앞 앞에 이르렀다. 구청은 매우 컸다.. 길옆에 앉아 잠시 쉬었다. 집으로 가자. 길 찾기에서 현재 위치에서 집까지 길을 조회했다. 도보로는 1시간 40분 정도 되었다. 이렇게 모수길을 완주 못했으니 집에까지라고 걸어 가자라고 마음먹었다.네비가 가리키는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우측에 커다란 KT 야구장이 보인다. 잠시 고프로로 영상을 찍고 계속 걸었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늦어 회사에 출근에 지장이 생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가방을 메에서 그런지 목도 뻐근하고 다리도 무겁기도 했다. 길건너편에서 300번 버스를 타면 금방 집에 갈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일전에 이곳 가까운 호수로 산책을 온 적이 있기가 때문이다.. 그래서 아는 길이며 어떤 버스를 어디에서 타아햐 는 지를 알고 있었다.

 

그래 오늘은 여기서 접자.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니 예상대로 양말은 펑크가 나 발가락이 툭 튀어나와 있어고 거미줄이랑 낙엽이 모자와 옷에 붙어 있다가 방에 떨어졌다. 지친 몸을 겨우 가누며 샤워를 하고 도시락통 설거지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파란만장했던 하루가 이렇게 저물었다.

 

어쩌면 이런 일이 인생에 일어나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두렵고 힘들었던 시간이기에 이렇게 기록에 남기고 싶어 글을 적었다.

 

자신을 너무 믿지 말라. 저녁에는 절대 산에 오르지 말라. 어떤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말고 정신 차리고 이겨내라. 오늘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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